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박창선 작가 인터뷰 :: 그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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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박창선 작가 인터뷰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박창선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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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그로스쿨 대표, 이하 최: 터지는 콘텐츠의 시작은 무엇일까요?

박창선 작가, 이하 박창선 : 온라인에서 콘텐츠라는 건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내 얘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아요. 길거리는 시끄럽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확성기 소리는 오히려 잘 들리지 않아요. 귓속말하더라도, 한 사람의 귀에 대고 얘기하는 말이 훨씬 잘 들리죠. 콘텐츠는 일단 내 말을 들어줄 한 사람을 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봐요.

최: 일단 한 명이 듣게 만든다. 중요한 지점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요.

박창선 작가: 청자를 좁히고, 내가 누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가 중요해요. 하지만 내가 누구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정확히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아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청자는 이걸 듣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콘텐츠라면 듣고 끄덕거린 후 그냥 스쳐 지나가겠죠.

최: 듣고 난 후엔 행동을 지정해줘야 하는 거군요?

박창선 작가: 그렇지요. 당장 필요한 정보를 담는 건 기본적인 거에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콘텐츠를 다루는 독자의 행동입니다.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은지, 친구를 태그하고 싶은지, 댓글을 달고 싶은지, 반박하고 싶은지 아니면 공감하고 싶은지 이 글을 받은 다음에 발생하는 행동을 고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최: 많은 행동이 있을 텐데, 이 중 태그를 달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 좀 설명해주세요.

박창선: 콘텐츠는 서로 다른 의견과 취향을 지지해주고 위로해줘야 해요.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선의와 위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당신이 틀린 게 아니라고, 당신의 의견과 함께하는 사람이 맞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다름을 정보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꿉니다. 누군가를 태그할 땐 공감과 재미, 긍정적인 리액션을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누구도 투쟁하거나 싸우기 위해 누군가를 태그하지 않죠.

콘텐츠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야 해요. 함께 웃을 수 있어야 하고, 태그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모임같이, 오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서로 웃으면서 서로의 다름을 가볍게 나눌 수 있어야 하죠.


취향 존중의 시대

최: 그렇군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러한 메시지를 드러내려면 제목 또한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제목을 선호하는 편이신가요?

박창선: 저는 버즈피드식 제목(OO 하는 OO가지 방법)이나, 이것을 해보았다. 라는 짧고 직관적인 제목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채널에 따라 제목의 특성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네이버나 1boon 같은 경우에는 부정적인 언어가 들어가 있는 제목이 훨씬 더 잘 터졌어요. “이렇게 하면 자녀를 망친다. 직장 생활에서 절대 듣지 말아야 할 말.” 이런 부정적인 단어들을 포함한 콘텐츠 성과가 더 좋았죠.

최: 뉴스레터 같은 경우에는 의문형으로 하는 경우가 오픈율이 더 높다고 하더라고요?

박창선: 맞아요.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질문을 대변해주는 느낌 같거든요. 읽는 사람이 뉴스레터의 제목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면 오픈율이 훨씬 높아지겠죠? 뉴스레터는 어떤 주제가 있고, 그 주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구독해요. 취향에 좁게 타겟팅 되어 있고, 좀 더 관여도가 높은 편이죠.

그러다 보니 독자들에게 공통된 사항이 많을 거예요. 마케터나 개발자, 디자이너, 간호사 등 특정 직군을 독자로 두거나 가구, 인테리어, 귀농, 제주 생활, 채식, 미디어 트렌드 등 특정한 주제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특성 때문에 좀 더 명확한 질문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개인화된 뉴스레터

최: 흔히들 재미있는 글을 많이 쓰려고 하잖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드립이나 개그 요소를 쓰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창선: 드립이나 짤 등 다양한 개그 요소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크리에이터의 성향인지라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두 가지 생각이 들어요. 하나는 그저 웃기려고 쓰는 드립보단, 전체 맥락과 글을 쓰는 브랜드 캐릭터에 잘 녹아 들어있는지 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진지한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드립은 칠 수 있어요. 하지만 독자들도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죠.

글은 어조나 표정, 제스쳐가 없기 때문에 배려가 필요해요. 두 번째는 드립의 변화무쌍함을 고민해봐야 해요. 한 달만 지나도 옛날 드립이 되는 요즘, 한 번 발행한 콘텐츠를 일주일 후 지울 게 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퀄리티 고민을 해보긴 해야 하겠죠.

최: 결국 다시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얘기로 넘어오게 되네요. 사실 많은 분이 이 부분을 어려워하는데… 정체성을 잡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박창선: 제 생각엔 처음에 분명히 정체성을 잡으셨을 거예요. 그걸 고민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은 없거든요. 하지만.. 만들다 보니 흐트러지고 고민이 많아진 케이스가 더 많다고 생각해요.

최: 하다 보니 흐트러지는 경우는 어떤 건가요?

박창선: 소비자의 의견에 너무 많이 흔들리거나. 또는 트래픽이 나오지 않아서 겁을 먹거나. 아니면, 유행을 따라가려고 무리수를 두거나, 아니면 자가당착에 빠지거나. 이런 경우들이 있겠죠.

최: 보통은 ‘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소비자에게 물어봐라’ 인데 조금 다른 접근법이네요?

박창선: 물론 소비자의 의견을 하는지 듣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이 사람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렇게 해버리고,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 또 그렇게 하고. 자기 기준 없이, VOC에 흔들리게 되면, 우리 브랜드라는 게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의견은 수렴하되 이걸 들어야 할 소리인지, 안 들어야 할 소리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최: 그렇게 얘기하면,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고 볼 수도.

박창선: 정확히는 들어야 할 이야기만 듣는다고 말하고 싶어요. 콘텐츠를 만든 사람의 기분이나 취향은 중요하지 않아요. 브랜드가 들어야 할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이 있을 뿐이죠. 우리 브랜드가 전문가 집단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어요. 이렇게 정했으면 “전문적이다, 믿을 만하다, 깊이가 있다.”라는 소릴 들어야 해요. '재미있다, 유쾌하다, 병맛이다'는 얘기가 나와선 안 되죠. 그런 피드백은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뭘 잘못하고 있는 거죠.

반면 너무 글이 길다든지, 더 가볍게 써보라는 식의 피드백은 어떨까요. 애당초 우리가 논문 느낌의 콘텐츠를 추구하고, 독자가 우리만큼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한다면…굳이 저런 피드백을 들어야 할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최: 결국 브랜드의 기준에 의해 피드백 또한 필터링하는 거군요.

박창선: 네, 고객의 소리는 모두가 중요하지만, 우리가 타겟으로 한 고객의 소리냐를 분별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물론 고객의견은 모수가 많을수록 좋아요.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건 방향성은 우리가 잡는 거란 점이에요. 우리가 가야 될 방향 안에서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개선안이나 진짜 크리티컬한 부분에 대해서 경고를 해 준다면 새겨듣고 반영해 봐야겠죠.

최: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어려운 건 내가 쓰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게 다르다는 건데, 그랬을 때 대표님은 어떤 걸 먼저 취하세요?

박창선: 음,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듣고 싶어 하는 말투로 쓰고 있습니다.

최: 듣고 싶어 하는 말투라면 어떤 걸까요?

박창선: 같은 얘기를 해도. 되게 재밌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개그맨 박신영이나, 탁재훈의 화법을 생각해보세요. 평범한 이야기도 그들이 말하면 유쾌해집니다. 방향과 주제는. 우리가 정하는 거고, 톤과 디테일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언어로 전달해야 들린다고 생각해요.


짠, 그 노하우가 여기 담겼다고 합니다.

최: 작가님 브런치에서는 독자분들은 어떤 말투를 듣고 싶어 하나요? 주로?

박창선: 톤이 조금 달라졌는데, 초창기에는 사이다 같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좋아해 주셨어요. 중반부에는 중간중간 빵 터지는 드립을 되게 좋아하셨던 것 같고. 지금은 뭔가를 정리해 놓은 거 깔끔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듯합니다.

최: 사회적 분위기와 트렌드랑 연관이 있을까요?

박창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텍스트 콘텐츠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어요. 브런치를 비롯해 각종 구독형 콘텐츠 플랫폼이나 뉴스레터, 아티클, PDF형태까지. 아마 이런 온라인 콘텐츠의 증가는 간결하고 쉬운 전달의 경쟁을 불러일으켰을 거예요. 그리고 컨셉과 브랜딩에 대한 차별화를 종용했겠죠.

최: 정리와 큐레이션. 텍스트뿐만 아니라 요새 유튜브 영상도 정리를 컨셉으로 하는 채널들이 많은데, 글만이 지니고 있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박창선: 인류사 전반에 걸쳐 문자는 기록과 전승의 메타포였어요. 아직도 공무원 조직에선 수많은 A4파일에 인쇄한 텍스트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온라인화되는 요즘에도 종이와 글이 지닌 보관과 폐쇄성에 대한 이미지는 변하지 않고 있어요. 보안이 강화된 클라우드보다 금고 속에 장부가 더 안전할 거라는 암묵적인 믿음이죠. 비록 온라인 콘텐츠라고 해도 다른 포맷에 비해 글은 보관성에 대한 개런티면에서 우수한 ‘느낌’을 줍니다(실제로는 지우면 그만이지만). 더불어 정보의 신뢰도에서도 다른 포맷을 압도하죠.

어릴 적부터 글을 통해 지식을 배워왔던 우리 세대에게 글은 ‘지식’ 그 자체입니다. 정돈되어 있고,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거짓말은 아닌 것이란 믿음이 있죠. 뭔가 한 번쯤 검증을 거쳤을 거란 믿음, 고민해서 썼을 거란 믿음, 이걸 쓰는 게 쉽지 않았을 거란 믿음 같은 것들이죠.

최: 말씀 주신 것처럼 글을 한 편 한 편 써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실 수 있으세요?

박창선: 모든 콘텐츠 메이커들이 공감하실 이야기겠지만, 해야 하니까 쓰는 것 같아요. 이걸 해야 돈을 벌고, 지금까지 이룬 것들도 유지할 수 있잖아요. 의무와 책임감이 절반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인정욕구가 아닐까 싶어요. 잘되니까 더 쓰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내심 그런 마음이 있죠. 이번 거 터졌으면 좋겠다라는. 허황된 기대란 걸 알지만 늘 업로드할 때마다 복권을 긁는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최: 마지막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수많은 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씀은?

박창선: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터뜨리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자산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터지고 말고는 아주 부가적인 전리품 같은 것일 뿐. 우리의 역할은 한 방 빨리 터뜨려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우리가 추구하는 생각들을 정보로 바꾸어 게시하는 것.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터지고 안 터지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쉽지 않아요. 마음속으로야 고생한 만큼 대박 났으면 좋겠고, 은연중에 기대감을 갖고 릴리즈하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즐거운 것 같아요. 이번에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씁니다.’ 의 제목에 함의는 ‘이렇게 써서 터뜨려라!’ 가 아닙니다. 그런 방법이 있지도 않고요. 내일도 한 발자국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도와드리는 위로의 서사시 같은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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