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띠용 하는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 기본만 잘 지켜도 최소한 실수는 안 하는데 정말 몰라서 못하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원본 : https://brunch.co.kr/@amandaking/126
스타트업 쥬니어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필자는 홍보대행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사내 교육으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에티켓을 배웠다. 그중에서 "이메일 쓰기" 같은 교육은 그때 당시에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싶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안 배웠으면 어쩔뻔했어-' 싶다.
사실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교육 자체가 사치이다. 눈치껏 배워야 하고 알아서 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뭘 잘하고 있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메일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중에 기본이기에 더 잘해야 하고 주의해야 한다.
하루 중에 워낙 많은 이메일을 받다 보니, 어떤 걸 자세히 읽어볼까를 '제목'만 보고 결정할 때도 많다. (실제로 제목이 제대로 된 이메일이면 내용도 제대로 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을뿐더러-)
즉, 제목만 봐도 이 메일을 왜 보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어야 원하는 답장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A 매체에서 연락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했다 치자. 내가 A 매체를 잘 알고 있거나 좋아한다면 클릭해 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물론 내용은 확인하겠지만 별 메리트가 없다면 '왔나 보다~'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A 매체에서 ㅇㅇㅇ 님의 인터뷰 제안으로 연락드립니다."라고 메일이 도착했다면? 내가 A매체를 잘 알고 있지 않았더라도 '왜 A매체가 나를 인터뷰하고 싶어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메일을 열어볼 것이다.
특히 제목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왠지 이 분들이 모든 인터뷰이에게 똑같은 메일을 복+붙해서 보낸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해도 상관이 없어진다.)
메일을 보내서 원하는 답장을 얻기 위해서는 제목을 잘 쓰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왜 나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을지, 짐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 단계 더 꿀팁!
Gmail에서도 [제목 수정]을 하면 이메일 제목을 바꿔가면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이메일 제목이 [ㅁㅁ 대표님을 ㅇㅇ 행사에 연사로 섭외 요청드리고자 메일 보냅니다.]라고 해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치자.
이후 섭외가 되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때는 완전 새로운 이메일을 작성해서 동일한 수신자 목록을 넣어 발송하는 게 아니라,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었던 내용에서 [답장하기]를 누르고 제목만 [ㅇㅇ 행사 발표 자료를 3월 1일까지 요청드립니다.]로 수정하여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제목 수정] 기능을 활용하면 동일한 수신자들 간에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쌓였는지 히스토리를 확인하기에도 용이하고, 각각 진행 상황에 따른 내용을 검색하기에도 편하다. 이것은 나도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회사 밖 선배에게 배운 꿀팁이다.
메일 내용은 장황하게 길지만, 다 읽었을 때 '도대체 뭔 말이지?' 싶은 경우도 꽤 많다.
이메일로 처음 인사를 건네거나 제안을 하는 경우라면 간단한 자기소개와 메일을 보낸 이유, 그래서 언제 / 어디서/ 무엇을 /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육하원칙에 맞게 필요한 내용들을 넣어줘도 기본은 다 했다.
"ㅇㅇㅇ 님, 안녕하세요! 저는 B사의 ㅁㅁㅁ입니다. 평소 올려주시는 내용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 하시는 것 같던데 저도 언젠가 참여하고 싶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저는 지금 @#$% 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ㅇㅇㅇ 님의 자문을 구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답장 부탁드립니다."
이런 이메일을 보면, @#$% 건이 무엇인지 사전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고 또 미팅에 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어렵다. 그리고 언제 미팅을 하고 싶은 건지, 언제까지 답장을 주면 좋을지도 빠져 있기 때문에 '답장 안 하면 상대방은 거절로 받아들이려나' 싶다.
앞에 장황한 칭찬이나 근황 토크도 사실 이메일에서는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별히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싶다면 메일 앞보다는 뒤쪽에 쓰는 걸 추천한다. 앞에서는 본론을 바로! 읽으면 한 번에 알 수 있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위 메일을 육하원칙을 넣어 다시 쓴다면 이 정도가 되겠다.
"ㅇㅇㅇ님, 안녕하세요! 저는 B사의 ㅁㅁㅁ입니다. 오늘은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프로젝트 @#$% 과 관련하여 자문을 구하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는 매출 200% 증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2020년 M월 DD일 릴리즈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ㅇㅇㅇ님께서는 위와 비슷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자문을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문 회의는 M월 D일 오후, B사 사옥에서 담당 매니저와 팀장님, CMO 님과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정이 괜찮으신지 확인 후 M월 D일까지 답장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팅을 하게 된다면 소정의 자문료를 준비할 예정이며, 만약 스케줄을 조절하셔야 한다면 괜찮으신 시간 옵션 2개 정도 주시면 저도 확인해보겠습니다. 만약 이번에 기회가 닿지 않는다 해도 다시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브런치에 올려주시는 글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미팅 때 관련해서도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 모쪼록 일정이 되시어 미팅이 성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확인 후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ㅁㅁㅁ 드림"
이메일은 결국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그 요청사항을 기록해놓고 추후에 확인하기 위해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장황한 이메일 내용 안에 그래서 요청 사항이 뭔지가 빠져있는 경우도 많다.
안부 인사를 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게 아니라면 (만약 그런 거라면 우표 붙여서 서신을..보내..는게..) 요청 사항이 분명히 들어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자.
어쩌면 "ㅇㅇㅇ 님, 언제까지 A 자료 주실 수 있나요?"를 길게 쓴 게 이메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예의를 갖추느라 이런저런 말을 많이 썼는데 그래서 결국 하고 싶었던 말 'A 주세요.'를 못 했다면 그 메일은 카톡만 못 한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
[발송하기]를 누르기 전에 상대방에게 필요한 요청 사항이 이메일에 잘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이메일에 대한 답장을 보냈는데 수일이 지나도록 그에 대한 답장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는 드랍이 된 건지, 진행이 되고 있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때로는 '그래서 그거 잘 진행되고 있나요?'라고 다시 물어보기도 애매한 상황도 있어 궁금증만 남긴 채 넘어가기도 한다.)
특히나 필요하다고 일정에 맞춰서 자료를 준비해서 다 전해주었는데 그 이후에 진행 상황을 알 수 없는 경우.. 파트너의 입장에서는 서운하거나 무례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간단하게라도 "메일 잘 받았습니다.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진행한 뒤에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회신을 주거나 "해당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준비를 해서 언제를 목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중간에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기한을 미리 말해주는 것도 좋다.
혹은 일정이나 진행 상황에 확인이 필요하다면 "A에 대한 내용은 확인했습니다. 다만 진행 상황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N일 뒤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회신하는 방법이 있다.
매일 카톡 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어떤 대화가 끝나면 '안녕~' 또는 '감사합니다!'하고 끝맺음을 하지 않는가. 이메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자. 진행 상황에 대한 간단한 공유만으로도 좋은 끝맺음이 될 수 있다.
제일 황당하고 안타까운 케이스가 '참조'와 '숨은 참조'를 제대로 못 쓰는 경우인데.. 너그러이 생각하면 '얼마나 급했으면' 싶지만, 반복되면 '제발 ㅠㅠㅠㅠㅠㅠㅠ' 하는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너무 바빠서 일일이 회사명과 이름을 바꿔서 못 보낼 수도 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이메일 주소에 복+붙할 여력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숨은 참조'에라도 보내면 누구에게 이메일 보냈는지 그 리스트라도 숨겨진다.
"제가 정말 꼭 필요해서 그러는데 이런 이런 것 좀 도와주세요!" 하고 받는 이에 이메일 주소 30개.. 를 땋! 하고 보내버리면 마치 나의 동의 없이 단톡 방에 초대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한 번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해서 신뢰를 잃으면 회사 전체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점..!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꼭 생각하자!
이런 말 하기 싫었는데.. '라떼는 말이야..'
꼰대는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잊고 후배들에게 고나리질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말 '라테는 말이야'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악의 없이 몰라서 계속 실수를 반복하는 후배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시스템 안에서, 교육을 통해 전수되고 배우던 노하우들이 전해지지 않는 환경으로 지금은 변하기도 했다. 서두에 말했듯,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렇기도 하다.
그리고 나 또한 이메일 실수를 하지 않도록 되새기는 데도 좋을 것 같아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스타트업 쥬니어 한 명이라도 실수를 줄이게 되었다면 이 글은 해야 할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ps. 본문의 이메일 예시는 모두 실제 케이스가 아니라 가상의 상황입니다.
글쓴이 지영킹은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 리더입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창업가가 되고, 스타트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결하고 힘을 북돋우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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